남북 평화협력의 상징 개성공단을 되돌아보며

아시다시피 요즈음 한반도의 정세는 예사롭지 못하다. 남북한 평화의 분위기는 완전히 교착 상태에 놓여 있고, 남북한 당국자의 대화도 단절되었다. 낙관적이던 북미간의 대화도 불안정한 상태로 바뀌고 있고, 남북한은 각각 군사훈련을 마다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 일본과의 갈등 문제로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북한은 평화협력을 위한 한국 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금방 진척될 것만 같았던 남북한 평화협력의 분위기는 소강 상태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다고 현 한국정부의 성격상 이전 시대로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여기서 남북 평화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에 대해 조망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개성공단의 재개는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데 지금은 많은 난관 속에 놓여 있다.

개성공단(개성 공업지구)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북한 땅에 속해 있다.

 

따라서 한국인들의 출입이 용이한 이점이 있다. 공단은 2000~2004년 사이에 건설되었는데 개성의 남쪽 구역에 위치해 있으며 노동자들은 대부분 북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진출했고 노동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상품 생산이 이루어졌다. 2000년대 중반의 물가 수준을 감안한다면 북한 노동자들이 받았던 임금 수준은 높은 편이었으며 공단이 선망의 직장으로 생각될 정도였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북한 당국에서는 공단의 부지와 노동력을 제공하고 한국 쪽에서는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기업 활동을 하는 구조가 바로 개성공단의 경제적 원리였다. 한국 쪽에서는 저비용으로 상품을 생산할 수 있었고 북한 쪽에서는 토지와 노동의 제공으로 외화(달러화)를 벌 수 있었다. 공단의 운영은 2013년에 일시 폐쇄되기도 하다가 결국 2016년에 최종 중단되기까지 거의 10여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나름대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남북한의 평화적인 협력 체제의 상징으로서 개성공단이 그 역할을 했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 노동자들은 직접 달러화를 지급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당국으로부터 상품구입권을 받아 소비활동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의 소득증대 효과를 보았다. 임금 지급구조는 특이하여 달러화 지급이 북한 당국에 행해졌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정부에서 주는 임금을 받을 뿐이었다. 그래도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매우 만족한 생활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임금외 한국측 기업에서 제공하는 각종 간식 등은 북한사람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 대한 은근한 기대를 하기 까지 했다. 당연히 이것은 북한 당국에서 긴장감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측면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개성 일대에 배치되어 있던 북한군 부대의 이전이었다. 매우 민감한 군사안보적 사안인데 공단 건설로 인하여 군사시설이 북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는데 이는 남북한 군사긴장의 완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러한 차원에서 개성공단은 비단 남북한의 경제적 의미만 가진 것이 아닌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면 한국의 어떤 기업들이 일종의 ‘위험’을 감수하고 개성공단으로 진출할까? 당연히 경제논리에서 접근될 것이다. 한국 기업은 개성공단에서 이윤을 추구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움직인다. 개성공단에 관한 사진을 보면 대개 봉제공장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옷을 만드는 사업은 한국에서는 이미 높은 임금으로 인하여 사양 산업이 되었다. 즉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업주들은 대체 지역으로서 노동 인건비 싼 중국이나 연해주, 베트남 등지로 진출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경우 ‘투자 리스크’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매우 저렴한 인건비 덕에 투자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끝에 움직이게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정말 생각처럼 경제활동이 장기간 보장되고 신변의 안전이 확보되고 나아가 이익을 얻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되던 개성공단은 2013년 돌연 문제를 노출하고 말았다. 북한 당국이 공단 운영의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을 자극했고 미국은 경제제재 조치를 국제사회에서 이끌어 내며 전방위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압박을 가하게 된 것이 주 원인이다. 한국 당국도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수밖에 없어서 2016년에는 최종 철수를 결정하게 되었다. 개성공단에 진출했던 많은 한국인 사업가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진출 기업의 철수를 최종 선택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본 한국 중소기업이 속출했고 정부에 대한 원망도 쏟아져 나왔다. 북한 또한 노동자들의 경제적 수입이 줄어들고 북한 당국의 외화 획득에도 큰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개성공단의 중단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았는데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경직적인 정책 결정으로 특징되는 박근혜 정부와는 달리 문재인 정부는 아시다시피 북한에 우호적인 정부이다. 당연히 개성공단의 재개에 대한 기대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조치가 여전히 유효하며 북한 내부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하여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보기와 다르게 개성공단이 빠른 시간 내에 재가동된다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상태이다.

 

근본적으로 개성공단 문제는 남북한 당국 지도자의 의지와는 다른 또 다른 요소 즉 미국의 대북제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쉽게 가동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여기에 실망할 필요는 없고 한국의 기업인과 남북한 당국 모두 공단의 재가동에 대한 플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항상 국제사회의 분위기는 바뀌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새로운 대안은 모색하는 것도 현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개성공단의 재가동보다 새로운 공단의 건설을 계획하는 것이다. 필자가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는데 그 장소는 바로 판문점 지역이다. 판문점은 남북한이 공동경비하고 있는 곳이고 남북한 사람들이 일정한 통제 하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도 있다. 판문점은 정치, 군사적인 의미를 가진 곳이기는 한데 미래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형태의 기능도 겸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 하나로서 문화활동의 중심지가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경제공단을 조성하는 일이다.

 

여기는 개성처럼 북한이 문을 닫아버리면 접근이 불가능한 곳도 아니다. 언제든지 한국 측에서 왕래가 가능한 이점이 있다. 미국의 대북제재도 적용 안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생산된 제품을 다른 곳으로 판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 노동자들의 이동 문제인데 이것을 국제이주 노동자 차원에서 배려한다면 아무리 경제제재 조치가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큰 장애요소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기업이 투자한 공장설비 회수 문제는 전혀 걱정 안해도 되고 생산활동 또한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다만 경제적 입지 조건이 적절한 곳으로 판단되느냐 하는 문제가 있긴 있다.

 

언제까지나 개성공단의 재개를 기다릴 수 없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더욱 더 그러하다. 그러면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인데 이것은 북한 당국의 태도와도 관련이 있다. 올해 고려인들이 중심이 되어 유라시아 지역을 자동차로 횡단하여 한국으로 들어오는 대장정을 했다. 아쉽게도 북한 영토의 통과가 허용되지 않아 뱃길을 이용하여 러시아 극동에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고려인들의 자동차 행진인데도 북한 당국은 통과를 허가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북한 당국의 태도는 남북한 평화협력 모드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판단되기도 한다. 현재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의 재개에 원칙적인 찬성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행은 또 다른 차원에 속한다. 새로운 공단을 제안했을 때, 또 그곳이 판문점 지역이라고 했을 때 그 반응은 어떠할지 매우 궁금하다.

 

황 영 삼

-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 통일문화연구원 연구실장
-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 한국학과 파견교수 (2005-6)
-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국제관계학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