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밤

깊어가는 11월의 가을 밤에 알마티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국립도서관에서는 아주 이색적이고 보기드문 행사가 개최되었다. 이름하여 “한국문학의밤”이라는 주제로 국립도서관과 알마티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의해 공동으로 한국시 낭송의 밤이 개최된 것이다. 오프라인 형태로 진행된 본 행사는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데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한국시 낭송과 멋진 전통춤이 어우러져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 속에 시작되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문학의밤” 행사는 국립도서관측에서 알마티 한국총영사관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마련된 자리이다. 지난 해 11월에 알마티 한국총영사관의 지원으로 국립도서관에는 3천 권 규모의 한국학 도서가 제공되었고, 이어 국립도서관 3층에 “한국으로의창” 코너가 개설되었다. 이는 한국학 분야에 종사 중인 교강사진이나 한국학 연구자 및 학생들 모두에게 희소식일 뿐만 아니라 한국학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는 데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본 행사 기획단계에서 한국학과 또한 특별 참여 요청을 받았고, 멋진 한국시 낭송으로 행사를 장식하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었다.

행사를 주최했던 국립도서관(관장 오스파노바 바크트자말)과 알마티 한국총영사관(총영사 김흥수), 그리고 협력기관인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 외에 “한국문학의밤” 행사에는 알마티시 문화국(위원장 마일리바예프 가니)과 카자흐스탄 작가협회(회장 예스다울렛 울루크벡), 고려극장, 카자흐국제관계 및 세계언어대 등의 기관 및 단체들에서 외빈으로 참석을 했다. 참석한 기관 및 단체장들의 연이은 축하메세지가 전달되었고, 그 사이 사이에는 고려극장의 특별공연과 카자흐스탄 전통악기 연주가 참석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행사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한국시 낭송이었다. 국립도서관장은 한국시(김춘수; 꽃)를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낭독했고, 한국총영사관이 조근희 영사 또한 아름다운 선율의 한국시를 낭독했다. 여기에 2020년 11월에 알마티 한국총영사관 주관으로 개최되었던 한국문학번역대회 입상자들 또한 자신들의 입상작이었던 한국시들(진달래꽃 등)을 멋지게 낭독하며 관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당일 단연 큰 눈길과 주목을 받은 것은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 학생들의 한국시 낭송이었다. 고운 한복을 차려 입은 4명의 학생들이 4개 국어(한국어, 카자흐어, 러시아어, 영어)로 한국시 "님의 침묵"(1926, 한용운)을 낭독했다. 1920년대 나라 잃은 슬픔과 아픔이 담겨있는 만해 한용운의 시는 4개 언어로 젊은 한국학도들의 입을 통해 강렬하게 전달되었고, 청중들의 가장 큰 박수와 환호를 이끌어 내었다. 이외에도 4명의 한국학과 학생들이 행사진행 동안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하객들을 맞이하고 동행하는 일을 도왔고, 10여명의 학생들도 청중으로 행사에 참가하여 의미있는 행사의 한 부분을 채워주었다.

깊어가는 가을 밤에 펼쳐진 “한국문학의밤”은 행사 진행 동안 내내 가슴 짜릿한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아픔이 담겨있는 시 구절들이 넓은 도서관 홀에 가득 울려 퍼졌고, 자리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 모두의 가슴에 여운을 남겨주었다.

이병조(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