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과 한가위 명절

코로나가 시작되고 1년 반 넘게 연구실 한 켠에서 주인들을 기다려 오던 울긋 불긋 고운 한복들이 마침내 추석맞이를 하며 주인들을 만났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에는 행사를 앞두고 학생들이 앞다투어 한복을 입어보고 자태를 뽐내며 사진을 찍어대기가 바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되며 오랫동안 학부에서는 한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었다. 그런데 금년 가을 새학기부터 전면적으로 오프라인 수업이 재개되며 대학 캠퍼스 내의 풍경이 크게 바뀌었다. 동방학부 내 복도에도 학생들의 활기 찬 목소리로 넘쳐나고, 게다가 신입생들까지 충원되며 학부는 예전의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 9월 하순에 한국학과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뜻깊은 행사가 있었는데, 바로 유난히 일찍 찾아 온 한가위 추석 행사를 학생들과 함께 한 것이다. 그것도 여학생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한복을 입고 말이다.

코로나에 억눌려 온 젊은 학생들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추석맞이 행사에 높은 관심을관심을 갖고 응해 주었다. 당초 모임이 길어지거나 커질 것을 우려하여 처음에는 한복을 입지 않고 간략하고도 짧게 행사를 치르고자 했었다. 또한 여러 사람들이 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것을 피하고자 학생들 각자에게 나누어 줄 떡접시(인절미, 송편)도 준비했었다. 그런데 한복을 입어보고자 하는 1학년 신입생들과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해 오며 '사실상 신입생'에 준하는 2학년 학생들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은 다수의 학생들이 한복을 입은 채로 추석맞이 행사가 진행된 것이었다. 한 바탕 ‘한복패션쇼’와 ‘사진촬영’이 휘몰아쳐 지나 간 후, 언제 그랬냐는 듯 한복을 입은 학생들은 다소곳이 서서 수업을 마치고 삼삼오오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떡접시들을 개별적으로 나누어 주었는데, 그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흐뭇함을 선사해 주었다. 
한가위 추석맞이 행사는 여러 상황을 감안하여 ‘짧고 굵게’ 마무리 되었다. 본래는 학생들과 한가위 음식(송편)을 만들어 보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여 주문된 떡이 행사에 이용되었다. 떡이 가득히 담긴 접시들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학생들에 의해 학과에 학부에도 전달이 되었다. 한복을 입고 떡접시를 돌리는 한국학과 학생들의 모습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는 학부 구성원들에게는 그다지 낯선 광경은 아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1년에 한 번씩은 꼭 보아왔던 장면이기 때문이다. 

한가위 추석명절 행사는 어느 새 한국학과의 부동의 전통행사로 자리잡아오고 있다. 한국학도들인 만큼 참가자 모든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실습이자 공부가 되었을 것이다. 나아가 단순히 한국의 전통을 알리는 자리가 아닌 선후배 간의 교우 관계가 더 다져지는 연례행사의 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해 본다. 

이병조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