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새해 ‘나우르즈’를 기다리며…

알마티에서 25번째 봄을 맞이한다.
3월이 되었건만 올해는 유난히도 추운 봄이 계속된다.
올해는 코로나로 지쳐 있는 일상에 봄이 봄 같지 않음으로 더욱 춥게만 느껴진다.

이곳 카자흐스탄에서는 매년 4번의 새해를 맞이한다. 그리고 마지막 4번째의 새해를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만물이 소생하는 새해가 시작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4번의 새해(?)라 함은 첫번째 새해는 양력 1월 1일 일명 ”노븨 고드”- 모든 지구촌에서 새해 맞이 축제를 하는 그날이고 두번째 새해는 “스타릐 노븨 고드”로 로마 카톨릭과 대립 관계에 있던 동방정교 국가들은 그레고리력을 늦게 채택하였는데 러시아는 1918년 러시아 혁명 직후인 1918년 1월 31일 다음날을 2월 1일이 아닌 2월 14일로 하는 그레고리력을 채택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지만, 동방정교회 교회력은 전통 달력인 율리우스력을 따르기 때문에 옛날 율리우스력의 1월 1일은 지금의 1월 13일이 된다.(현재 동방 정교회의 성탄절은 1월7일이다). 이렇게 2개의 새해를 보내고 나면 우리 한민족 전통의 새해인 설날이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봄이 되고 3월 21일 춘분이 되어서야 네번째 새해인 투르크 문화권의 새해이자 카자흐스탄의 설날인 가장 따뜻한 새해 “나우르즈”를 맞이한다.

처음에는 새해를 네 번씩이나 맞이하는 것에 대해 의아하고 신기했으나, 이곳에서 살면서 ‘나우르즈’를 지나고 나서야 새해가 되었음을 실감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유목민들의 삶 속에서 황량한 들판에서 혹독한 겨울을 이기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야 말로 진정한 새해의 시작인 것이다.  그래서 ‘나우르즈’에는 이웃끼리 그간의 빚을 되갚고, 서로의 죄를 용서하며, 집안을 정리하고 이웃과 나눌 음식을 장만하고 친척, 친구, 동료, 이웃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길가는 나그네에게도 친절한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해마다 이곳 카자흐스탄의 “나우르즈”는 점점 성대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의 판데믹만 아니었다면 올해도 떠들썩한 “나우르즈”를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지금의 추운 봄날처럼 올해는 지난 날의 “나우르즈”를 만날 수 없다.

기억에 남는 “나우르즈”는 2년전 KBS방송 <걸어서 세계속으로> 프로그램에 카자흐스탄편을 찍게 되었는데 촬영하던 때가 3월이어서 나우르즈의 전통행사를 직접 체험하고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촬영은 누르술탄(구 아스타나)에서 진행되었는데 3월이 다 가는 춘분임에도 눈이 도로에 가득하고 찬바람이 불었지만 옷깃을 여미며 따뜻한 햇살아래 모두가 함께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고 어우러져 모두가 새해가 됨을 축복하고 축제를 즐겼다.  

광장에는 유목민 전통의 가옥인 ‘유르타’를 세우고, 카작의 전통 씨름인 ‘카쟉샤 꾸레스’와 젊은 남녀가 함께 그네를 타며 즐기는 ‘아티바칸’ 등과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들판에서는 마상경기인 ‘콕파르’등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축제에 빼놓을 수 없은 음식들이 차려 지는데 그중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음식은 이때에만 먹을 수 있다는 ‘나우르즈 코제’라는 음식이었다. 카자흐인들은 나우르즈에 이 음식을 배부르게 먹어야만 풍요로운 한 해를 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나우르즈 코제’는 영양가가 풍부한 스프(?)로 비주얼을 보게 되면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처음에 먹기가 쉽지 않은 음식이다. 하지만 막상 먹게 되면 나름의 풍미가 느껴진다. ‘나우르즈 코제’는 기본적으로 7가지 재료를 넣어 만드는데 고기(말, 소, 양고기 등), 물, 밀, 버터, 쌀(곡류), 소금, 우유 등이다. 여기에 각 가정들마다 특별한 재료를 첨가하기도 한다. 이 7가지 재료는 각각 성장, 행운, 행복, 부, 건강, 지혜, 하늘의 도움을 상징한다고 한다.

이런 만복이 깃든 음식이니 아무리 비주얼이 힘들지라도 눈을 감고 먹어야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흥겨운 축제가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마음으로만 축하를 전하는 ‘나우르즈’가 될 듯하다.
지구촌 모두가 힘들어 하는 이 시국에 나우르즈 새해 인사와 함께 내년에는 코로나를 이겨내고 예전의 그 정겹고 활기 넘치는 따뜻한 새해 ‘나우르즈’를 맞이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삶들이 돌아오기를 소원해 본다.
“나우르즈 꾸띄 볼슨”

<골든 투어 카자흐스탄> 대표 진 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