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곳에서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계절은 겨울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나도 추운 겨울보다는 따뜻한 봄이나 여름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곳 알마티에 살면서 추운 겨울을 기다린다. 추운 겨울이라기 보다는 눈 쌓인 천산을 기다린다. 눈은 겨울에 오니까…
눈 쌓인 천산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한다. 하얀 눈으로 뒤덮인 천산에 올라 만나는 세상은 이미 지상계가 아닌 천상의 세계다. 안개와 스모그에 둘러 쌓인 회색 도시를 벗어나 순백의 천산을 오르면 몸과 마음이 스스로 맑아지고 깨끗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하얀 눈을 밟는 발의 감촉과 눈을 밟으며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와 폐를 훑고 내려가는 차가운 공기는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다. 

내가 하는 일이 카자흐스탄을 여행 온 한국 사람들에게 이곳 카자흐스탄을 안내하는 일이라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언제 카자흐스탄을 오는 것이 좋으냐는 것이다. 물론 초원에서 말과 양들이 노니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늦봄이나 초여름이 좋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진정한 자연을 즐기고 싶다면 겨울에 와서 겨울 산행을 즐겨보시라 말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겨울 산행은 춥고 더 힘들 것이라고 말을 한다. 물론 한국에 있는 겨울 산행은 정말 춥고 힘들다. 한국의 산은 바람이 차고 매섭기 때문에 겨울에 산행하는 것이 여간 고행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봄 가을이 산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이곳 천산의 겨울은 한국의 겨울산과 확실히 다르다. 이곳 알마티는 해발 800~1000m 고지에 위치하고 있고 보통 산행의 시작은 1,500~1,600m 고지에서 시작하는데 겨울엔 구름이 해발 2000m 아래에 낮게 걸려 보통 2000m 이상의 산을 올라가게 되면 구름이 발아래 놓인다. 구름 아래에 있는 시내는 어둡고 축축하며 춥다. 하지만 구름 위에 있는 천산은 파랗다 못해 검푸른 하늘과 빛나는 태양아래 순백의 하얀 눈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으며, 천산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 있어 바람도 많지 않다. 이곳에서 겨울 산행을 한번이라도 해본다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만약 이곳에 살고 있다면 꼭 한번은 천산의 겨울 산행을 다녀오시라. 한번 다녀온 사람은 두고두고 천산의 겨울을 찾게 될 것이다.

특히나 이곳 알마티는 2~3,000m가 되는 산을 4~8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만약 산을 오르는 것에 자신이 없는 사람이라면 메데오(1700m)에 올라가 도로를 타고 사방댐(1900m)까지 오를 수도 있고, 메데오 좌측의 킴아사르(2000m) 계곡을 그리고 좀 더 힘을 내 푸르마노브 봉의 중턱에 있는 그네(2450m)가 있는 곳에서 시내를 바라보며 그네를 타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좀더 힘이 남아 있다면 푸르마노브(3000m) 정상을 지나 파노라마봉(3200m)을 다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메데오 아래 약수터 정류장에서 우측으로 꼭자일라우 등산길을 이용하여 꼭자일라우를 다녀와도 좋겠다. 이 코스는 처음부터 올라가는 산길이 가파르기 때문에 약간의 체력이 요구된다.정류장에서 꼭자일라우 고원까지는 4km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 꼭자일라우 코스를 종주하여 고개를 넘어가면 카자치카 계곡을 따라 알마라산쪽 공원 관리 사무소쪽으로 가게 된다. 이 코스는 경사가 그리 급하지 않아 겨울에 눈썰매를 타기 좋은 코스이기도 하다.만약 체력이 좀 안받쳐 준다며 반대로 알마라산 쪽에서 올라가는 것도 좋다.  

어느덧 겨울이 다 지나가고 있다.

천산의 겨울 산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겨울의 끝자리에서 천산의 눈을 밟으며 이 겨울을 보내 주고 새로운 겨울을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골든투어> 카자흐스탄 대표 진 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