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당선되면, 이란 핵협정을 주목하라

나는 앞선 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시 대북 정책의 성패는 한반도 현상유지를 선호해온 미국 주류의 반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또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시에는 오바마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로의 회귀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전반적인 판세로 볼 때,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권교체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에 대해 좀 더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대북 정책은 다른 변수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에는 이라크 전쟁이, 오바마 행정부 때에는 미중관계가 대북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 핵비확산 정책과 관련해 미국이 맞닥뜨리게 될 주요 상대국들은 북한과 이란이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반발하면서 2003년 1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 핵무기를 만든 유일한 나라이다. 특히 2017년에는 수소폭탄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강행했고 그해 11월에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란은 NPT 회원국이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북한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2015년에 이란 핵협정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에서 탈퇴한 이후 이란 핵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바이든이 대선 후보 당시 밝힌 두 나라에 대한 정책은 온도 차이가 크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것처럼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란에는 적극적인 관여 의사를 피력했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협정 탈퇴를 “대서양 관계에서는 심각한 위기를 자초하고 중국-이란, 러시아-이란 관계를 밀착시킨 무모한 행동”이라며 “그 결과 이란보다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핵협정을 준수한다면, 협정에 다시 가입하겠다”고 공약했다.

바이든의 북한과 이란에 대한 시각 차이에는 정치 논리도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가장 큰 외교 업적으로 내세웠지만, 바이든은 가장 실패한 외교정책으로 비난해왔다. 반면 오바마-바이든 행정부는 이란 핵협정을 “역사적인 합의”라며 가장 큰 외교 성과로 내세웠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정책은 오바마가 한 것을 뒤집는 것이었다. 트럼프가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오바마의 업적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교체에 성공하면 바이든의 외교정책 우선순위는 “역사적 합의”, 즉 이란 핵협정을 되살리는 데에 맞춰질 것이다.

그런데 주목할 점이 있다. 바이든이 2020년 7월 미국 외교협회(CFR)에 보낸 입장문에서 이란 핵협정을 대북 협상의 모범 사례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그는 “오바마-바이든 행정부가 협상한 역사적인 이란 핵협정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봉쇄했으며 이는 효과적인 협상의 청사진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의 협상팀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동맹국들 및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 함께 비핵화된 북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지속적이고 조율된 캠페인의 시동을 걸겠다”고 밝혔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답답해 보이는 바이든의 대북정책에 한줄기 빛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이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과욕’에 있었다.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한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이란 핵협정보다 훨씬 강력하고도 일방적인 요구를 북한에 제시했다. 북한에게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와 모든 탄도미사일, 그리고 이중용도 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되는 비핵화(FFVD)’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할 리는 만무했다.

이에 반해 바이든은 이란 핵협정에 재가입하고 대북 협상의 모범으로 간주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이란 핵협정의 특징은 세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나는 선택과 집중이다.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면서 생화학무기나 탄도미사일 등 협상의 초점을 흐릴 수 있는 다른 사안들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하나는 이란의 양보와 경제제재의 대폭 완화의 맞교환이다. 끝으로 미국과 이란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의 참여 하에 7자 회담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들 세 가지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시 한국의 대미 정책에 유용한 측면을 제공해줄 수 있다. 우선 한반도 비핵화에 이것저것 섞지 말고 핵문제에 초점을 맞추자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선 비핵화, 후 제재 해결’이 실패한 정책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란 핵협정과 마찬가지로 ‘동시 행동’을 해법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북미 협상과 더불어 다자 회담도 병행하자고 제안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남북미중 4자회담이나 일본과 러시아를 포함한 6자회담의 부활이 바로 그것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공화당 정권은 일방주의 속성이 강하고 민주당 정권은 동맹국의 입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가 등장하면 한국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앞선 글들에서 제안한 것처럼 한반도 비핵지대를 핵문제 해법으로 삼으면서 이란 핵협정에서 유망한 요소를 찾아내 대북 협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나가야 하는 것이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